[칼럼] 단신 포인트가드 시대의 종말
NBA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몇 년간 포인트가드 포지션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만 봐도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NBA는 원래부터 성공 공식을 빠르게 따라 하는 카피캣 리그였고, 지금도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팀이 효과를 입증하면 다른 팀들도 곧바로 그 해법을 좇기 마련인데, 최근 그 공식은 점점 더 큰 사이즈를 향하고 있습니다.
최근 NBA에서 포인트가드 포지션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방법 중 하나는, 리그 전체 평균 체격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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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스타 몇몇의 특이한 사례가 아니라, 평균 신장과 몸무게가 실제로 어떻게 움직여 왔는지를 보면 현대 NBA가 포인트가드에게 어떤 신체 조건을 점점 더 요구하고 있는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2009/10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는 평균 신장이 대체로 6"2(188cm) 안팎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평균 사이즈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습니다.
그런데 2014/15 이후부터는 완만하지만 분명한 상승 곡선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중간에 일시적인 정체나 소폭 하락은 있지만, 큰 흐름 자체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2022/23 이후에는 상승 폭이 더 또렷해지면서 결국 2025/26시즌에는 191.5cm, 즉 6피트 3.4인치 수준까지 올라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키만 커진 게 아니라 몸무게도 함께 늘었다는 점입니다. 2009/10시즌 평균 189.2파운드였던 포인트가드 체중은 중간에 약간의 등락은 있어도 전체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하고, 최근에는 195파운드 안팎이 새로운 기준선처럼 자리잡고 있습니다.
위 두 자료를 종합해보면 포인트가드의 키가 더 커졌을 뿐 아니라 몸무게도 늘어나고, 더 솔리드한 프레임을 갖추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포인트가드 포지션의 평균 신장과 몸무게가 최근 뚜렷하게 커지고 있는 이유는, 리그가 단순히 큰 선수를 1번에 세우기 시작해서가 아닙니다.
애초에 포인트가드는 신장이 아니라 볼핸들링, 플레이메이킹, 경기 운영처럼 코트 위에서 발현되는 재능으로 규정되는 포지션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리그의 포인트가드의 사이즈와 프레임의 변화는 포인트가드의 기준이 바뀌었다기보다,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선수들의 체격이 커졌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에 가깝습니다.
포인트 가드 포지션에서 더 큰 신장과 프레임을 선호하는 현상은 단적인 사례의 우연한 반복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시즌 파이널에는 6'6의 포인트가드 SGA와 타이리스 할리버튼이 맞섰습니다.
SGA나 할리버튼의 플레이 스타일은 분명히 다르지만, 전통적인 포인트가드의 사이즈를 넘어서는 큰 신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파이널이라는 한 장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돈치치는 2022년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전통적인 단신 가드형 리더였던 크리스 폴을 상대로 체급과 힘, 매치업 싸움에서 뚜렷한 우위를 드러내며 시리즈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이어 2024년에는 다시 한 번 팀을 파이널 무대까지 이끌면서, 현대 NBA에서 공격의 출발점이 되는 에이스 가드가 더 이상 작고 민첩한 플레이메이커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6'6인치의 점보 가드 커닝햄은 2년 전, 26연패라는 최악의 추락을 경험했던 디트로이트를 1번 시드로 끌어올리며, 장신 볼핸들러가 팀 공격의 안정성과 천장을 동시에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 돈치치가 플레이오프 최상위 무대에서 그 효용을 보여줬다면, 커닝햄은 정규시즌의 장기 레이스에서 그 구조적 가치를 입증한 셈입니다.
장신 포인트가드가 높은 무대에서 실질적인 효용을 증명해 내기 시작하자, 각 구단들도 더 이상 단신 포인트가드 보다, 볼핸들링과 픽앤롤 같은 롤을 수행하면서도 높은 피지컬을 견딜 수 있는 준수한 사이즈와 프레임을 갖춘 가드 자원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부 사례를 살펴보면 샌안토니오의 주전 포인트가드는 디애런 팍스지만, 실제로는 6'6의 스테픈 캐슬이 세컨 볼핸들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퍼스는 이번 드래프트에서 6'5의 딜런 하퍼를 전체 2순위로 지명하며, 탄탄한 사이즈와 피지컬을 겸비한 온볼 핸들러를 확보했습니다.
클리블랜드의 선택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최근 클리블랜드는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 다리우스 갈랜드를 정리하고, 준수한 사이즈와 체격을 지닌 제임스 하든을 데려와 도너번 미첼과 백코트를 재구성했습니다.
하든을 데려온 선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백코트의 사이즈가 확 올라간다는 점입니다. 하든은 전성기 시절만큼 폭발적인 첫 스텝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더 큰 프레임과 넓은 시야, 그리고 사이즈를 기반으로한 불리볼 드라이브와 수비시 맡을 수 있는 매치업의 폭도 훨씬 넓은 자원입니다.
단신 가드가 지닌 문제는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최근 NBA에서는 이 유형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보다 훨씬 더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작은 체구의 가드가 민첩성과 온볼 기술만으로도 공격의 중심이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수비에서 감당해야 할 부담과 플레이오프에서 노출되는 체력적 한계까지 함께 평가받으면서, 단순한 공격 재능만으로는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최근 로터리에 지명된 단신 포인트가드들의 d-RAPM을 보면 공격 재능과 별개로 수비 지표에서 약점을 드러낸 사례가 매우 많고, 좋은 수비 수치를 남긴 경우는 오히려 예외에 가깝습니다.
트레이 영, 콜린 섹스턴, 자 모란트처럼 수비 수치가 매우 나쁘게 나온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다리우스 갈랜드, 디안젤로 러셀, CJ 맥컬럼, 디애런 팍스처럼 공격 재능은 분명하지만 수비에서는 한계를 드러낸 자원들도 있습니다.
반대로 케이슨 월러스처럼 좋은 수비 수치를 남긴 예외도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단신 포인트가드가 NBA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격 재능만으로는 부족하고, 수비에서 평균 이상의 기여를 남기기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 이 지표에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이 문제가 더 치명적으로 부각되는 무대는 결국 플레이오프입니다. 지금 NBA는 거의 모든 팀이 스위치, 도움 수비를 중시하고 있고, 윙과 포워드들이 점점 더 많은 볼핸들링을 맡고 빅들까지 패스와 핸들링에 관여하면서 코트 위 평균 사이즈 자체가 커졌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작은 가드가 공격에서 얻는 민첩성과 변화 속도보다, 수비에서 내주는 체격 열세가 더 직접적인 약점(팀 수비 로테이션 붕괴)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신 가드는 수비에서 손해를 보는 만큼 공격에서 높은 점유율, 볼륨이 동반된 포제션을 지속적으로 내야 합니다. 그런데 플레이오프처럼 공간이 줄고 접촉이 심해지는 환경에서는 바로 그 공격 효율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집니다.
결국 공격 재능은 분명했지만 기대만큼 높은 무대에서 팀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지 못한 사례가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재능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작은 프레임이 현대 NBA가 요구하는 양면 가치의 기준을 점점 더 통과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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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가 커지면서 포인트가드의 리바운드 비율도 유의미하게 늘어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