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도시, 속초
속초 앞바다에서 주로 잡히는 고기가 있습니다. 노랑가자미입니다. 노란줄간재미라고도 하고, 그쪽 어계분들과 낚싯배를 부리는 선장님들은 그냥 간재미라고만 부르기도 합니다. 이름 그대로 하얀 배 주위에 예쁘게 노랑띠가 둘러쳐져 있습니다.
5톤 짜리 어선을 타고 나가 주낙으로 낚는 물고기입니다. 주낙은 낚싯줄에 추를 매달아 바다 바닥까지 줄을 늘어뜨려 물고기를 낚는 가장 원시적인 형태의 낚시입니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물고기들, 위에 말한 간재미나 양태, 서해에서는 쭈꾸미를 낚는 낚시입니다. 가격은 사람 수에 따라 다른데 대략 4~5명 모집하면 1인당 4만원 정도를 냅니다. 말 잘 하면 3만원으로 봐주기도 합니다만 사람이 많이 모여야 합니다.
한타임에 3시간 정도 배를 탑니다. 각자 맥주 한두캔 혹은, 애주가는 포켓 소주를 두세병, 술탐이 많은 일행은 너덧병까지 가지고 포구 앞 어계에서 구워 파는 황열갱이나 고등어, 꽁치, 겨울에는 알이 통통히 밴 도루묵을 싸서 나갑니다. 구운 생선을 안주로 술을 마시며 낚시를 하다 보면 대략 열 마리 내외, 낚시를 못하는 사람도 대여섯 마리는 낚고 잘 하는 사람은 간혹 스무 마리까지 낚아서 포구로 귀항합니다. 얼큰하게 귀항해서는 다시 어계에 잡힌 간재미를 맡겨 막회를 떠 또 술을 마십니다.
노랑가자미 세꼬시는 현지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횟감입니다. 노랑가자미는 양식이 불가능한 어종이며 그 회에서는 레몬향이 납니다. 7~8월에 잡히는 은어회가 수박향으로 이름이 높다면, 속초 앞에서 잡히는 노랑가자미에서는 레몬향이 납니다. 초장 등 양념을 하지 않고 먹는 게 좋습니다. 스무 마리를 세꼬시 떠도 한 대접이 간신히 나올까 말까 한 노랑가자미 세꼬시를 한 젓가락 입에 넣고 씹으며 가만히 날숨을 내뱉으면 나가는 숨을 따라 코에서 레몬향 오 데 코롱 같은 옅은, 상큼한 향이 감돕니다.
뼈가 가늘어 세꼬시도 부담스럽지 않지만, 날음식을 싫어한다면 매운탕도 좋습니다. 서더리만 넣어도 진한 맛을 내는 광어나 조피볼락과는 달리 노랑가자미는 매운탕에 통째로 넣습니다. 커봐야 간신히 성인 손바닥만이나 한 노랑가자미는 저러고 어떻게 살까 싶을 정도로 내장을 다 합쳐봐야 작은 밤톨만 합니다. 노랑가자미를 넣은 매운탕의 국물은 뽀얗고 연합니다. 소주를 곁들여 마시면 통우럭매운탕과는 달리 맑은 흥취를 줍니다.
큰 배는 진짜 낚싯꾼들을 싣고 멀리까지 나가 돔이니 고등어니 하는 본격적인 낚시를 합니다. 이 배들은 얕은 물에 사는 노랑가자미를 못 낚으며, 저도 낚시는 잘 모릅니다. 그저 주머니 사정이 허락되면 가끔 속초로 고속버스를 타고 가, 노랑가자미를 잡아 술을 마십니다. 선장님들 호객 행위를 도와ㅡ그래야 내 뱃삯도 싸지니까ㅡ 바다로 나가 노랑가자미를 잡아 와 그 생선의 세꼬시와 소주를 마십니다. 슬슬 바다가 그리워집니다. 속초를 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 글쓰기 |

필력이 좋으십니다 소소한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제 기분이 좋아지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