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나고회입니다. 아나고는 붕장어를 말합니다. 피에 약한 독성이 있어서 핏기를 잘 제거하지 않으면 식중독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나고회는 제가 알기론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나는 기장식이고, 하나는 당항포식입니다.
기장식은 흔히 아시는 탈수기에 돌려서 포슬포슬하게(?) 만든 회입니다. 그리고 지금 사진에 보시는 방식은 고성의 당항포식입니다. 핏기를 제거하고서 칼집을 촘촘하게 넣어서 세꼬시로 만든 것입니다. 저는 당항포식을 좋아합니다만, 마이너한 방식인지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마침 가까운 곳에 당항포식 아나고 회를 하는 곳이 있어서 퇴근하자 마자 사왔습니다.
이런 좋은 순간에 이슬이가 빠질 수야 있나요. 한 병을 금새 비우고 더 마시려다가 참으면서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Goose house가 부른 사루간세키(猿岩石)의 白い雲のように 라는 노래입니다. 마나미상은 어떻게 이다지도 귀엽고 노래도 잘하는 걸까요.
아, 말이 또 다른 곳으로 갈 뻔 했습니다. 모쪼록 상추에 깻잎, 그리고 아나고를 여러 점 올리고 초장을 살짝 찍은 뒤, 된장에 간 마늘과 땡초를 썰어넣은 것을 잔뜩 올립니다. 이미 들어갔다 해도 생마늘과 땡초가 빠지면 아쉽습니다. 또르륵, 잔에 흐르는 술의 소리는 언제나 '영롱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영롱함이 몸속으로 타고 넘어가고, 입에 욱여넣은 쌈을 우물거리다 목을 타고 같이 넘어가는 순간에 식도를 살짝 쓰리게 만드는 알싸함이 굉장히 상쾌합니다.
매니아 여러분도 오늘은 회 한 점 어떠신가요.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분명 힘들고 지치는 순간들의 연속이지만, 그 이후에 다가오는 기쁨은 또 그만큼 큽니다. 예전 브루스 올마이티라는 영화에서 하느님이 그랬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은 그 속에서 천국의 기분을 느낀다고.
얼마 전에는 시장에 갔더니 농어가 굉장히 좋아보였습니다. 살쪄서 수조를 뚫고 나올 기세인 농어를 집에 가져와서 회를 썰어봤습니다. 이것도 자주 하다보니 실력이 느는 기분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했고, 정말로 맛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오랜만인 술자리가 계절이 바뀌고 다시 만난 밤하늘의 별자리보다 반가웠습니다. 영원하지 못할 세상에 영원할 것 같은 우정과 기쁨을 노래하며,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술자리만큼 즐거운 것이 더 있을까요.
따뜻한 밤, 풍성한 밤 보내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오늘은 살짝 젖은 기분으로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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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회에 소주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