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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

북두신돈
58
  4897
Updated at 2019-04-22 12:18:36

20190422_172502.jpg

 

20190422_173201.jpg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나고회입니다. 아나고는 붕장어를 말합니다. 피에 약한 독성이 있어서 핏기를 잘 제거하지 않으면 식중독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나고회는 제가 알기론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하나는 기장식이고, 하나는 당항포식입니다.

 

  기장식은 흔히 아시는 탈수기에 돌려서 포슬포슬하게(?) 만든 회입니다. 그리고 지금 사진에 보시는 방식은 고성의 당항포식입니다. 핏기를 제거하고서 칼집을 촘촘하게 넣어서 세꼬시로 만든 것입니다. 저는 당항포식을 좋아합니다만, 마이너한 방식인지 의외로 쉽게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마침 가까운 곳에 당항포식 아나고 회를 하는 곳이 있어서 퇴근하자 마자 사왔습니다.

 

  이런 좋은 순간에 이슬이가 빠질 수야 있나요. 한 병을 금새 비우고 더 마시려다가 참으면서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Goose house가 부른 사루간세키(猿岩石)의 白い雲のように 라는 노래입니다. 마나미상은 어떻게 이다지도 귀엽고 노래도 잘하는 걸까요.

 

  아, 말이 또 다른 곳으로 갈 뻔 했습니다. 모쪼록 상추에 깻잎, 그리고 아나고를 여러 점 올리고 초장을 살짝 찍은 뒤, 된장에 간 마늘과 땡초를 썰어넣은 것을 잔뜩 올립니다. 이미 들어갔다 해도 생마늘과 땡초가 빠지면 아쉽습니다. 또르륵, 잔에 흐르는 술의 소리는 언제나 '영롱하다.'는 말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영롱함이 몸속으로 타고 넘어가고, 입에 욱여넣은 쌈을 우물거리다 목을 타고 같이 넘어가는 순간에 식도를 살짝 쓰리게 만드는 알싸함이 굉장히 상쾌합니다.

 

  매니아 여러분도 오늘은 회 한 점 어떠신가요.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분명 힘들고 지치는 순간들의 연속이지만, 그 이후에 다가오는 기쁨은 또 그만큼 큽니다. 예전 브루스 올마이티라는 영화에서 하느님이 그랬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은 그 속에서 천국의 기분을 느낀다고.


  

20190413_175221.jpg

 

  얼마 전에는 시장에 갔더니 농어가 굉장히 좋아보였습니다. 살쪄서 수조를 뚫고 나올 기세인 농어를 집에 가져와서 회를 썰어봤습니다. 이것도 자주 하다보니 실력이 느는 기분입니다. 굉장히 빠르게 했고, 정말로 맛이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오랜만인 술자리가 계절이 바뀌고 다시 만난 밤하늘의 별자리보다 반가웠습니다. 영원하지 못할 세상에 영원할 것 같은 우정과 기쁨을 노래하며, 영원하기를 기원하는 술자리만큼 즐거운 것이 더 있을까요.

  따뜻한 밤, 풍성한 밤 보내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오늘은 살짝 젖은 기분으로 이만 줄이겠습니다.

55
댓글
알맹쓰
1
2019-04-22 11:57:28

아... 회에 소주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

WR
북두신돈
2019-04-22 12:19:18

정말 너무나 달았습니다. 회 자체가 내는 달착한 감칠맛을 넘어 달콤했습니다. ^^

코구리안
1
2019-04-22 12:01:13

이번 주 개인적으로 그리고 일적으로 참 힘든 데, 글을 보며 힘을 얻네요.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아나고회 보니까 급댕기네요. 퇴근길 조용히 혼술 한잔하고갈까 생각중입니다.

WR
북두신돈
1
2019-04-22 12:20:22

조용하게 혼자 마시는 술은 언제나 약이 되는 기분입니다. 그게 과하지만 않는다면요. 코구리안님의 밤이 달콤했으면 합니다. ^^

dhdjsk
1
2019-04-22 12:01:29

직접 회를 뜨시다니...부럽네요 그런 손재주

WR
북두신돈
2019-04-22 12:21:07

아, 저도 썩 잘하는 편은 아닙니다. ^^;; 그냥 유튜브로 이래 저래 보고 배운 걸 따라서 몇 번 하다 보니 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야매입니다. 그럼에도 핏기 잘 제거하고 배운대로 해먹으니 맛은 있었습니다.

Lavine8
1
2019-04-22 12:03:35

침을 꼴깍 삼키고 있습니다. 와, 맛있겠다

WR
북두신돈
2
2019-04-22 12:21:39

회에 소주, 이것도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소울푸드같은 느낌일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어빙님의 저녁도 달달했으면 합니다. ^^

Lavine8
1
2019-04-22 13:01:52

저도 몸 좀 괜찮아지면 운동하고 술 달립니다아. 흐흐.

WR
북두신돈
1
2019-04-22 13:06:15

건강해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SAS]버터와플
1
2019-04-22 12:03:39

역시 회는 쌈이죠! 

WR
북두신돈
1
2019-04-22 12:22:13

예전에는 오로지 와사비와 간장만이 최고라 생각했는데, 점차 예전에 저희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쌈에 된장 넣은 것이 입에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할아버지가 그리운 밤입니다. ㅠ_ㅠ

정진영
1
2019-04-22 12:06:23

앗! 앗아......

회 정말 먹고 싶습네다......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

WR
북두신돈
2019-04-22 12:22:43

저는 정말 집 앞의 수산시장이 가까워 자주 먹는 편이지만... 또 못드시는 분을 생각하니 마음이 쓰라립네다..ㅠ_ㅠ

스웩부터 버릴게
1
2019-04-22 12:08:37

요새 상사에게 크게 깨져서 기분이 별로였는데... 글읽은 저까지 기분 좋아지네요 참 신기하네요 짧은 글로 이리 기분전환이 된다는게.. 감사합니다

WR
북두신돈
1
2019-04-22 12:23:19

크게 깨지는 날이 있으면 크게 아름다운 날도 따라서 있지 않을까 믿어봅니다. 스웩님의 하루하루가 버리지 않아도 가득한 날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의 짧은 글에 기분이 좋아지셨다니, 제가 감사한 기분입니다. ^^

스웩부터 버릴게
1
2019-04-22 14:09:56

아름다운 날...저도 같이 믿어봅니다 감사합니다 ^^

WR
북두신돈
2019-04-22 23:51:02

종교에 귀의했던 적이 있었는데, 불가에서나 기독교에서나 믿음이 가장 먼저라고 들었습니다. 믿는 만큼 좋은 곳으로 가는 시간이 짧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화이팅입니다!^^

Hinrich
3
2019-04-22 12:15:51

아나

 

Lavine8
2
2019-04-22 12:19:59

WR
북두신돈
1
2019-04-22 12:24:28

민에 밤을 새우고 사랑도 하고 싶은데~

WR
북두신돈
2019-04-22 12:24:10

타가 이루카라~

오구리균
1
2019-04-22 12:27:29

아.. 미치겠어요. 약먹어서 술 못먹는데 진짜 소주를 부르는 안주네요.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

WR
북두신돈
2019-04-22 12:51:22

앗, 이런 배려가 부족한 글을 제가 써버리다니. ^^; 마음같아선 Just drink를 외치고 싶지만... 건강이 제일이죠. 가끔 술냄새 나는 글은 미리 피해주셔요. 제 글에선 술냄새가 엄청 나고 있죠?

디오니쏘스
1
2019-04-22 12:35:4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WR
북두신돈
2019-04-22 12:51:41

극찬에 감사할 뿐입니다.^^

[CHI/OKC/MIA] 백곰푸우
1
2019-04-22 12:35:50

와...이슬이에 회라니...진짜...버티기 힘든 조합이네요..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

WR
북두신돈
2019-04-22 12:52:15

오늘은 바깥 바람 쐬러 나가시면서 회 한 접시 어떠신가요?^^

[Kobe]맘바멘탈리티
1
2019-04-22 12:40:42

아버지 고향이 기장(대변)이라

 

저 기장(정확히는 칠암) 식을 먹었는데..

아버지가 북두신돈님 말씀대로 당항포식을 가끔 드시던데....당항포식이였군요...하나 배워갑니다..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

WR
북두신돈
2019-04-22 12:53:39

정확히는 칠암식이군요? 코비님께 하나 배웠습니다! 기름진 회를 좋아하시면 당항포식의 아나고회가 맛있답니다. 다음에 한 번 아버님과 드셔 보시는 건 어떨까요? 실망하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집토끼
2
Updated at 2019-04-22 12:49:55

회는 항상 옳아용 좋은사람과 먹는 회는 말할 것도 없지요 : >

WR
북두신돈
3
2019-04-22 12:54:32

육식토끼이신가요? 좋은 술도, 좋은 안주도 좋은 사람이 있을 때 얘기겠죠. ^^

Lavine8
2
2019-04-22 13:02:29

회를 먹는 것으로 바꿔도 괜찮을 것 같아요. 토끼님께는요.

WR
북두신돈
1
2019-04-22 13:08:15

북두신권의 토키가 생각났습니다.

집토끼
1
2019-04-22 15:40:00

나원참!

Lavine8
1
2019-04-22 15:43:43

빵, 곰국, 회 대기해 놓겠습니다

집토끼
1
2019-04-22 15:48:57

(어빙님을 모시기로 결심한 집토끼,,)

SAS Tony Parker
1
2019-04-22 13:21:48

교회 다녀서 술은 최대한 자제합니다만 저 맛은...어우야

WR
북두신돈
1
2019-04-22 13:24:59

아아, 그럼 어쩌실 수가 없네요. 하지만 가장 무서운 건 역시나 아는 맛이죠. ㅠㅠ

주차위반
1
Updated at 2019-04-22 13:33:55

와... 제가 매니아의 수 많은 음식 관련 글을 보면서 맛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먹고 싶다는 생각은 거의 안들었는데 이건 좀 도가 지나치네요. 붕장어에 소주 사진은 반칙 아닌가요? 집 근처 횟집에 연락좀 해봐야겠습니다...

WR
북두신돈
2019-04-22 13:45:31

아이쿠.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 조합은 너무 사기적이긴 합니다.ㅠㅠ 주차위반님께서는 어떤 회를 드실런지요? 드시게 되면 멋진 반격 기대하겠습니다!^^

shutuplegs
1
2019-04-22 13:38:37

제가 얼핏 듣기로 회에는 청하라는 말이 있던데 드셔보셨는지요

WR
북두신돈
2019-04-22 13:47:57

저 개인적으로는 청하보단 회에 소주가 좋습니다. 기름진 맛을 씻어주고 입맛을 돋우는 것이 소주가 좋더라구요. 청하는 제겐 밋밋한 느낌이라서요.ㅠㅠ 술을 좋아해서 대량의 도전을 해본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청하를 살짝 데워서 오징어집 과자랑 먹는 건 좋아합니다.^^

아이유`
1
2019-04-22 13:56:18

전 회를 즐기는 편도 아니라 처음엔 생긴게 이상하기도 해서 안먹다가 작년에 부모님따라 기장가서 먹어봤는데 의외로 맛있더라고요

WR
북두신돈
1
2019-04-22 23:52:10

저번에 TV에서 뵈니까 자주 넘어지시던데 요런 것들 많이 드시고 건강해지셔야죠! 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

아이유`
1
2019-04-23 00:01:27

요즘엔 안넘어진다고요

[LAL] Dynasty
1
2019-04-22 14:00:05

으아악 너무 맛있겠는데요 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

WR
북두신돈
2019-04-22 23:59:07

정말 너무 맛있었습니다. 오늘은 맛있는 거 한 번 드심이 어떨지요?^^

WR
북두신돈
1
2019-04-22 23:59:39

아, 그렇습니까? 설마 높은 나무에 있는 풀만 드시는건...^^;; 해산물에 소주 맛을 아실 수 없다니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ㅠㅠ

슛쟁이
1
Updated at 2019-04-22 15:40:55

이번글도 형님의 내음이 납니다. 저도 아나고 참 좋아하는데 당항포식은 처음보네요.. 아 쏘주는 더 좋아합니다. 좋은 밤 되시길

WR
북두신돈
1
2019-04-23 00:00:26

아, 이상한데요. 자꾸 형님 냄새라니 아나고 회 이슬이 한 병

당항포식으로 다음에 가게에 살짝 부탁이라도 해보셔요. 의외로 해주실 수도 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사자의심장00
1
Updated at 2019-04-22 22:10:47

아나고에 쐬주 크으..

WR
북두신돈
1
2019-04-23 00:00:46

아나고에 쐬주는 그야말로 사랑입니다. 이건 언제나 옳습니다! ^^

투락
1
2019-04-23 00:05:14

 칠암에서 아나고를 시키면 찌게다시(?)로 항상 저걸 몇점 줬었는데 그게 당항포식이었군요.. 거기는 양념해서 구이도 해주는데 그것도 진짜 맛있더라구요!

WR
북두신돈
2019-04-23 00:52:09

오, 양념해서 먹는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저희가 먹는 장어구이랑은 모양새가 많이 다른건가요?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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