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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의 기술 - 감정, 뇌, 습관의 재건축에 관하여 (1)

싱크탱크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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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6-01-17 04:34:04

-프롤로그-

 

나는 한동안 숨을 쉬고 있었지만, 그 숨은 내 것이 아니었다.

몸은 움직였지만 마음은 잠겨 있었고,

폐로 드나드는 공기는 그저 ‘마찰’처럼 흘러갈 뿐이었다.

살아 있었지만, 살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수없이 무너지고 헤매며 멈춰 서길 반복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까지의 여정에서

내 안에는 두 개의 ‘나’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두려움과 불안,

끊임없이 내뱉던 부정적 자기비하 속에 갇혀 있던 ‘나’

그리고 아주 작고 조용했지만

끝까지 나를 붙잡고 놓지 않았던 ‘진짜 나’.

 

회복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지 않았다.

극적인 깨달음도, 한 번의 결심도 아니었다.

회복은 한 번의 들숨, 한 번의 멈춤, 한 번의 날숨처럼

아주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

 

숨을 ‘다시’ 들이쉬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

그 과정이 곧 나를 되찾는 길이었다.

예전의 나는 실수하면 나를 비난했다.

“넌 왜 이것밖에 못 하니?”

 

그 비난은 무너짐을 낳았고,

무너짐은 다시 중독과 도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다.

숨을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무도 모르게, 나조차 숨기고 싶었던 곳.

나는 그곳이 안도의 공간이라 믿었다.

그러나 한 발 내딛는 순간 깨달았다.

 

그곳은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빨려 들어가는 진흙 갯벌이었다는 것을.

 

 

심지어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이 불안과 우울, 그리고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은… 정말 죽음뿐인가?”

그 질문이 석 달 동안 내 안에 머물렀다.

 

 

나는 스스로 너무 지쳐 있었고,

견딜 힘조차 없다고 느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끈을 놓지 않았다.

지쳐 있던 나를 조용히 바라보는 또 다른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힘들어서, 왜 이토록 외로이 버티고 있었을까.

그때부터 나는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너 괜찮아? 밥은 먹었어? 무슨 일 있었어?

혹시 힘들면… 나한테 조금만 말해줄래?”

 

그러면 또 다른 나는 늘 고개를 저었다.

“저리 가… 나 혼자 있고 싶어.”

그러면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 알겠어.

나는 언제나 여기 있을게.

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면… 그때 와서 얘기해.

나는 네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여기 있을 거야.”

 

그렇게 나는 나를 버티게 했고,

또 다른 나는 그 사실을 느끼며 아주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다시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나는 작은 연습을 시작했다.

“괜찮아. 인생은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야. 다음엔 반복하지 않으면 돼.”

이 단순한 문장이 나를 붙잡았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나는 그렇게 계속 중얼거렸다.

대부분은 마음속에서 조용히 나에게 던지는 말이었지만,

어느 날은 용기를 내어 정말로 소리 내어 말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이 방식은 이던 크로스와 앤드류 후버만 같은 학자들이

뇌과학적으로 가장 강력한 회복 도구라고 강조하는

‘거리두기 내면대화’라는 사실을.

 

나는 그저 버티기 위해 본능적으로 해온 것이었는데,

그것이 과학적 원리와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

 

 

명상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아침, 번갈아 코로 호흡을 나누던 순간

“긍정의 기운을 들이마시라”는 문장이 흘러나왔다.

평소라면 비웃었을 텐데, 그날은 조용히 따라 해보았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머릿속이 환하게 열렸다.

그 순간,

내가 가장 안정적으로 살던 시절—

하와이 알라모아나의 푸른 바다와

시카고의 청량하고 따뜻한 봄 햇살이

겹쳐 하나의 장면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미래의 나를 보았다.

 

 

2년 뒤, 그 시절보다 더 단단해진 내가

그 순간들을 따뜻하게 회상하며 웃고 있는 모습을.

그 장면은 예언처럼, 동시에 너무 현실적인 가능성처럼 느껴졌다.

잔잔했고 평온했고,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고 있었다.

 

 

회복의 과정에서 내가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이것이다.

 

인간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 시작은 거대한 결심이 아니라

단 한 번의 조용한 호흡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발견은 ‘감정의 개별성’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Emotional Fingerprint를 지닌 존재다.

어제의 감정과 오늘의 감정은 같지 않고,

내 감정이 당신의 감정과 같을 수도 없다.

 

 

그래서 감정은 하나의 ‘도구 상자’다.

어릴 적 사용하던 과학상자 1·2·3호기처럼

각 상자에는 그날의 상황에 맞는 도구들이 들어 있다.

 

슬픔에는 슬픔을 다루는 도구,

두려움에는 두려움을 다루는 도구,

불안에는 불안을 가라앉히는 도구가 필요하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모든 도구는 이미 우리 안에 준비되어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도구들을 꺼내고, 조립하고, 사용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뿐이다.

 

나는 지금 그 연습과 훈련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정서적 안정성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적인 체력, 감정적 체력, 정서적 회복력이

서로를 지탱하며 단단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 프롤로그는

내가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고, 숨을 되찾은 이야기의 첫 장이다.

그리고 나는 조심스럽게 당신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다시 숨을 되찾을 수 있다.

새로운 삶은 거대한 결심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딱 한 번의 조용한 들숨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들숨을 반복하며 후반전을 준비하는 중이다.

 

전반전이 끝난 직후의 ‘엑스트라 타임’처럼

나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후반전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다시 몸을 풀고 마음을 정돈하는 회복의 시간이다.

 

 

내가 경험한 변화는

누군가의 조언을 따라 한 결과가 아니다.

변화가 먼저 일어났고,

 

그 이후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뇌과학,심리학,사회과학,스토아 철학을 거슬러 올라간 과정이었다.

이 글은 절대적인 해답이 아니며 될 수도 없음을 잘 안다.

 

다만, 한 인간이 어떻게 다시 숨을 찾았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는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도 언젠가 당신만의 도구 상자를 열게 될 것이다.

그 여정을 함께 걸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

 

 

 앞으로의 글들은 

 제 경험에서 시작해,

앤드류 후버만과 멜 로빈스의 팟캐스트에서 만난 연구자들의 통찰,

(우울, 중독, 회복, 도파민, 마인드셋, 집중력, 습관, 몰입 등)

그리고 제가 읽어온 여러 책들이

제 삶과 겹쳐졌던 순간들을 

조용히 정리한 기록들이 될 것 입니다. 

 

5-10편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4
댓글
백운
1
2026-01-17 03:34:42

(로그인했습니다.) 읽어가며 중독에 빠진 나와 누군가가 떠올랐습니다. 그와 대화 나눌 어느 때, 도움이 될 것 같아 다음 글, 조용히 기다려보겠습니다.

WR
싱크탱크투투
Updated at 2026-01-17 04:41:46

저는 정신과 의사도, 신경과 전문의도 아닙니다.

그래서 의학적 내용을 말할 때는 정말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수년간 불안·우울·중독을 지나오며

 여러 전문가들의 연구와 강연을 참고하고,

그 내용을 제 삶에 실제로 적용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제가 이해한 만큼만 조심스레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크게 깨달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중독을 끊어내지 못하던 시절,

제가 스스로에게 퍼부었던 크고 작은 비난과 자책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그 감정이 사람을 얼마나 소모시키는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집요하게 자신을 깎아내리고,

어느 순간 삶 전체를 흐리게 만들기도 하죠.

 

저는 그 소용돌이에서 한 발씩 빠져나오며

비난 대신 이해로,

 자책 대신 작은 회복의 움직임으로

제 자신을 다시 대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앞으로 다룰 불안·우울·중독의 이야기들은

제가 그동안 접해온 많은 자료들을 다시 점검하며

가능한 한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렇기에 정리하는 데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략 열흘- 보름 정도를 예상하고 있으며,

내용의 무게를 고려하면 두 편—세 편 정도로 나누어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결론도 있습니다.

 

저는 중독을 단순히 ‘의지로 끊어내는 문제’라고 보지 않습니다.

 

중독은 잘못 배열된

 뇌의 보상 회로가 만들어내는 반복 작동이며,

회복은

 그 회로를 더 건강하고 안정된 체계로 '재배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방향으로 삶을 다시 설계했고,

그 변화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가 이 기록을 서두르지 않으려는 이유도 같습니다.

제 경험과 배움을 과장하지 않으며,

가능한 한 정확하고 담백한 형태로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양해를 구합니다. 

 

늘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모두 다 말입니다... ^^

쁘띠뽀끄
1
2026-01-17 08:18:33

글 잘 읽었습니다. 혹시 어떤 중독에 걸리셨었는지 여쭤볼 수 있을까요?

WR
싱크탱크투투
Updated at 2026-01-17 13:05:59

어떤 중독이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왜 그곳으로 빠져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는가 그 구조입니다.

 

수많은 종류의 중독들은 겉모습만 다를 뿐,

사실은 똑같은 뇌 신경 경로를 공유합니다.

 

종류는 달라도 고통의 본질은 같습니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 본질입니다.

라벨이 아니라, 그 라벨 뒤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던 인간의 마음입니다.

 

가보 마테 의사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Addiction is not about the substance, it’s about the 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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